알려진 바와 같이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래 세번째의 방문국이 되는 중국에서 양자 관계를 최고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고 되어 있다. 보통 정상회담의 의미가 한국 대통령 임기의 절반 정도인 3년 정도 지속되며 임기 후반부의 재방문에서 reconfirm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게다가 후진타오의 임기도 이명박과 비슷한 정도이다) 2011년경까지 일단 미-일-중 (방문순서) 을 단속하는 절차는 마치긴 했다.
그런데 다음 기사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中외교부 ‘한미 군사동맹은 냉전유물’ 발언 속내는… - 동아일보 (위의 기사는 중앙일보. 포털에서 잡히는 대로 링크하는 것임.
그러니까 중국은, 지금 최소한 다섯 번째 내로는 신경써야 하는 상대국 대통령이 방문하는 날에 맞춰서 화끈하게 초를 쳤다는 말이 된다. 아닌 게 아니라,
미국: 취임식에 쇠고기 업자 파견. 방문 후 쇠고기 협상으로 물먹임. (보통 그보다 고작 쇠고기 건으로 그렇게 물먹고 있는 행정부가 문제라고 해야 하지만 일단)
일본: 독도 문제보다도 강렬한 EEZ에 관한 준무력충돌.
중국: 한미간 관계에 대한 なんでやねん.
중국이 보기에 한국은 저능 악의 축 부시 주니어가 쥔 "대륙에 겨누어진 단도"이고, 미국이 보기에는 중국의 발호를 저지할 방호선이다. 이런 인식은 최소한 중공 성립 이래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리라 본다. 문제는 노태우 이래로 한국의 처신이 그리 간단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과, 휴전선 북방의 골칫거리 탓에 중국에도 상당히 손을 비빌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런다고 해도 미국과의 끈에 태클 거는 건 김정일만으로 족했던 것을,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상호간에 충돌하는 요구를 해온 것이다. 여기서 전임자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과는 없었다고 해도 양쪽에 만만찮은 불만을 쌓아왔던 것이 새 대통령 임기 초기에 닥쳐 온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여기서 이명박 신임 대통령은 다들 아시듯 미국의 욕을 덜 먹자고 하여 당선된 인물이다.
그 선택의 평가는 둘째치고, 가뜩이나 내부가 들썩이는 판에 지구를 돌며 벌어지는 굴욕 플레이가 눈 뜨고 보기에 어렵더라.
p.s. 이 대통령이 베이징에서 머무르는 숙소 이름이 '조어도'라고 뉴스에 나왔는데,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그 조어대는 아니지만 이름이 같은 영빈관이었다. (그 부지가 금대에 황제가 찾던 낚시터였던 모양) 우연의 일치라고 해도 대외적인 효과는 상당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트랙백 밸리: 뉴스비평
밑에서 아슈하바트 공항 이야기를 한 김에, 근래 개항 30주년을 맞은 나리타에 생각이 닿게 되었다. 1978년 5월에 개항한 나리타 공항은, 올해로 개항 30주년을 맞았다.
나리타 공항은 어쩌면 세계 최초로 국경을 넘는 역내 허브 개념으로 건설된 공항이라고 할 수 있겠다. 2차대전 이후 아시아에서 가장 동쪽에 있던 일본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의 핵심이 되었고, 도쿄는 따라서 아시아 최대의 도시로 발돋움했다. 팬암의 세계일주 노선 PA001/002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하와이, 웨이크제도를 지나 도쿄에 먼저 닿았고, 다시 여기에서 서울, 타이페이, 홍콩, 마닐라 등으로 퍼져나가는 아시아의 중심이 된 것이다. 이런 역할을 맡은 것은 전쟁 전부터 존재하던 하네다 비행장이었지만, 역시나 오래된 시설이기 때문에 60년대 고도성장기를 맞은 도쿄에서는 곧 포화를 맞게 되었다. 이 때문에 대체지로 선정된 것이 왕실 소유지 등이 많았던 나리타인데, 그나마도 온갖 분쟁이 끊이지 않은 탓에 개항까지 15년이나 걸리고, 그나마도 초기 계획의 반도 안되는 규모에 머무르게 되었다.
이 지도를 보면 그 숙연한 역사가 한눈에 들어온다. 당초 나리타는 4000m급 활주로 3개가 H 형태로 교차하도록 설계되어 있었지만 단 한개만이 건설되었고, 반대편의 B활주로 (16L/34R) 는 개항 24년차인 2002년에야 개통을 달성한다. 다만, 설계가 4000m가 아니라 2500m로 변경되었는데, 이건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34R의 남단에 둥그랗게 표시된 곳에 있는 민가이다. 이 집이 나가지 않아서 4000m급이었어야 할 활주로가 2180m로 나가리가 났다. (온갖 나리타공항 반대 운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나마도 2180m짜리 B활주로나마 제대로 활용되었다면 이야기가 달랐을텐데, (B767이 화물 만재 상태에서 착륙 가능) 그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위에 유도로가 휘어진 부분이 눈에 띄는데, 그 쪽의 토지수용에 실패해서 유도로를 똑바로 내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유도로와 활주로의 독립운용이 불가능하다. 이를 가중시킨 건 그 아래의 동그라미 부분인데, 이 부분의 토지수용이 되지 않은 탓에 (당연히 B활주로가 제대로 건설되었다면 수용할 필요가 없는 부지이다) B활주로를 들락거릴 수 있는 유도로가 한가닥밖에 남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주로 사용하는 A활주로가 연간 13만회 처리가 가능한 데 비해 B활주로는 6만회가 고작이다.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아시아나가 주 5회에서 하루 5회로 늘어난 것과 중화-에바항공이 나리타로 들어간 것 외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알기 어렵다.
이 동안에, 특히 21세기에 들어와 하네다가 겪은 변화는 매우 크다. 우선 다소 여유가 생긴 동안에 공항 레이아웃이 완전히 바뀌었다. 04년에 국내선 터미널 용량이 2배가 되었고, 용량 증대에 별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 있지만 제4활주로가 1조엔(!)을 들여 건설된다. 게다가 국제선 터미널도 새로 짓고 있고, 서울, 상하이에 이어 홍콩 노선이 생기는 데다 아예 일본 정부에서 거리 제한을 조건으로 국제선을 풀어버릴 기세이다. 이게 성사되면 나리타는 이른바 '허브공항'으로서는 거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물론 하네다는 활주로가 3000m가 한계이므로 장거리는 굴리지 못한다)
불쌍하게 된 나리타의 신세를 느끼게 하는 사건이 있다. 개항 30주년이 되는 5월 20일, 싱가포르항공이 SQ636편에 A380기를 나리타에 취항하게 예정되어 있었는데...
후지TV 보도 하필 그날 날씨가 나빠서 SQ636편은 나고야 주부공항으로 회항했다가 나중에 나리타로 오게 되었다. 물론 나리타에는 그 전에 투어로 A380이 여러번 오갔지만, 상용비행의 1호 착륙은 나고야 쪽에 돌아가게 되었다. (까딱하면 1호 기항도 그리 될 뻔 했다) 싱가포르항공과 에어버스, 나리타 공항측이 엄청 공들여 준비했을 행사도 모조리 취소된 것이, 오늘날 나리타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트랙백 밸리: 세계
아쉬하바드 국제공항의 전설(Niyazov) - sonnet님
다른 사이트 쪽에서 돌다가 sonnet님 블로그로 링크된 것이 있기에 보게 되었는데, 투르크메니스탄의 아바이 동무께서 나라의 관문을 화끈하게 말아드셨다는 이야기였다. 아슈하바트 공항 (ASB) 의 관제탑은 터미널 앞의 랜드사이드에 놓여 있어서 시야가 크게 불편하다는 이야기.
...그런데 이런 말을 하기에 우리에게도 걸리는 것이 있으니...
위의 위성사진은 한국 제 3의 공항이라는 김해공항 (PUS) 이다. 중규모 공항에서 흔히 보이는 벌어진 ㄷ자형의 에이프런 레이아웃은 아슈하바트와 유사한데, 관제탑이 어디 있는가...하면, 랜드사이드도 아니고 저~기 바깥 구석에 박혀 있다. (하얀 동그라미로 강조)
원래 김해공항이 군비행장이니까 군 지역 쪽에 있었던 거야 이해할 수 있긴 한데 (모자이크된 구역은 군부대 지역 이 얼마나 훌륭한 민주국민의 자세란 말인가) 운항 횟수의 70%를 차지하는 국내선 지역은 하필 그 중에서도 관제탑에서 먼 쪽에 위치하고 있다. 국내선 터미널이 높은 편은 아니긴 해도 국내선 주력인 B737은 관제탑에서 잘 보일 것 같지 않다. 게다가 국내선 에이프런으로 들어가는 유도로는 새로 건설되어 제법 높은 국제선 터미널에 많이 가리게 되어 있다.
아슈하바트 공항의 현 규모는 시간당 500명이 되지 않는데, 김해공항은 연간 800만명, 시간당 최대 2천명을 받는 규모이다. 어떤 의미로는 이 쪽이 더 골때리는 곳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만 그보다, 아슈하바트 관제탑 높이가 낮은 게 걸리는 게 문제. 독재국가라면 무릇 크고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게 마련이거늘 쓸데없이 이런 데서 실용주의를 발휘할 게 뭐람.
p.s. 나리타 공항이 개항 30주년을 맞았는데, 참 꼴이 불쌍하게 굴러가고 있더군요. 언급할 기회가 있을 듯. 트랙백 밸리: 세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