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 Final
  박지성의 엔트리 제외로 '껌거슨' 감독의 3개월치 껌 확정과 함께 시작한 결승전은 매치업답게 참으로 구질구질한 120분이 이어졌다. 유나이티드가 스피드와 스위칭을 캐릭터로 갖는다면 첼시는 힘이 있는 팀이고, 공히 여차할 때의 거친 면, 혹은 찌질함은 일가견이 있다. (그래, 유나이티드 스쿼드는 찌질하다. 박지성과 비디치, 반데사르 정도를 예외로 두고.)

  시즌 내내 테이블 세팅은 잘 하고서 결정지을 자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온 유나이티드지만, 첼시가 상대라면 그런 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마켈렐레와 에시앙이라는 역대 최악 수준의 (상대편 입장에서 :) 홀딩 미드필더가 건재하고, 뉴스에 낚였지만 물론 애실리 콜도 나왔다. 하그리브스가 라이트윙에 포진한 관계로 로날도가 거의 왼쪽에서 놀긴 했지만, 뭐 애실리 콜에게 1년 내내 먹혔다는 게 에시앙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보니 후반에 거의 일방적으로 몰리는 경기를 감수해야 했다. 후반은 거의 센터백만 가지고 나간 느낌. 박지성을 제외했다는 것은 애초에 공격진에 여유도 없는 만큼 초기에 넣을 것 넣고 분위기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보였는데 결과적으로 2선의 역부족을 가져오고 말았다. 단 의외로 UEFA 기록에는 유나이티드의 보유가 우세로 나타난다는 점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후방에서 돌리는 시간이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퍼기와 함께 앞으로 두어달은 줄기차게 씹힐 것같은 주부심은 상당한 기량 미달로 보인다. 어떤 의미로는 경기 내내 심판의 시선을 피한 데다 (마켈렐레가 가격하는 것을 바로 앞에 있던 부심이 무시했다는 건 핑계가 안되므로) 마지막에 결과적으로 드로그바 퇴장을 유발하게 된 테베스가 MOTM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심판들이 놓친 상황이 매우 많아 보인다. 첼시 팬들은 아마 그 장면을 크게 아쉬워 할테다. 그 때 테베스가 나갔다면 컨디션 바닥인 루니가 끝까지 뛰었을테니까.

  PK에서는, 역시나 꼭 -반어적인 의미로- 실축할 것 같아 보이는 선수가 실축을 한다. 이걸로 로날도가 좀 인간이 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물론 울상짓는 모습은 자주 보긴 한다. 6년간.) 덧붙여 아넬카는 실축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선방이었다. MOTM은, 그렇기 때문에 시즌초 커뮤니티 실드와 같이 반데사르에게 가야 한다. (특히 비오는 날 형광색 저지라는 도핑을 낀 체흐를 압도했다는 면에서) 그 다음이 두 센터백, 그리고 로날도, 캐릭.


  마지막으로, 첼시 팬들은 아주 싫어할 것 같지만, 07-08년의 감독은 다름아닌 그랜트라고 본다. (누가 봐도 진로소주 병에나 찍힐 법한 밉상이긴 하다) 대체 남이 만들어 놓은 팀 끌고 가는 정도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간다는 게 말이 되나. 감독질에는 정답이 없고, 성적이 잘 나오면 그게 최고의 지도력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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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taman | 2008/05/22 07:00 | unspeak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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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레인 at 2008/05/22 07:30
그랜트도 그정도면 진짜 잘한거라고 봅니다. 오히려 무리뉴 경질 이후 흐트러진 팀을 준트레블(준우승 3번 --;;;)까지 이끈것도 능력이지요.

대신 이번 시즌 끝나면 줄줄이 사탕식으로 주전들이 튈텐데(...) 만약 계속 첼시의 감독직을 유지한다면 내년이 진짜 관건이겠지요. 로만의 자금력이 있다고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빅4중에서 첼시가 은근히 밀릴것 같은 분위기..
Commented by Dataman at 2008/05/22 07:34
레인님/
그렇죠? 저는 도대체 첼시 팬들이 왜 그리도 그랜트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모르겠다니까요.

제가 볼 때는 리버풀보다는 답이 없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Commented by 라피에사쥬 at 2008/05/22 10:29
이미지란 것은 중요하니까요. 저도 그랜트가 '예상보다는' 잘했다는 점엔 동감하지만, 무리뉴가 있었던 시절에 얻었던 '무적'과 '안정성'이라는 느낌을 많이 잃었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축구계가 이미 70년대부터 흥행이라는 요소를 중요시 여겼다는 점을 생각하면 무리뉴라는 '슈퍼스타'를 잃은 첼시팬들의 심정은 여느 탑 스타 플레이어를 잃은 것 못지 않은 안타까움이었을 겁니다.

그만큼 무리뉴는 색깔이 있는 감독이었고, 단순히 특정 연고지 팀의 팬을 넘어서 그의 개인팬을 대량으로 양산했다고 볼 수 있지요. 그 대표적인 팬은 바로 영국 언론입니다[..]
Commented by lainid at 2008/05/22 10:39
그랜트가 참 잘 한 것 같은데...
맨유 너무 밀리는 듯한 모습이 보였어요..
오히려 박지성이 있었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루니/테베즈는 너무 내려와있는 것 같은 모습이기도 했는데..
뭐... 그래도 이겼으니 다행이죠. 흐흐
Commented by 홍돈 at 2008/05/22 11:33
그랜트 잘 했어요. 오히려 쭉 맡겨보고 싶어요.
내년엔 필시 좋은 팀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Commented by Dataman at 2008/05/22 21:54
라피에사쥬님/
좀 정도가 과하다는 이야기니까요...

lainid님/
사실 그가 감독자리에 앉을 때는 최소 4위 전락은 분명해 보였을 정도니까요.

홍돈님/
그런다고 해도 아직은 완전히 의문은 가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결정하는 건 첼시 클럽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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