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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고 뭐고 신경쓰지 않고 질러대는 것을 미리 밝힙니다)
그 말 많은 '디 워'는 원래 볼 생각이 없었다. 딱히 무슨 기피같은 건 아니고, 특별히 시간을 미리 내 놓기는 어려운 처에 적어도 전날에는 예매해야 표가 들어오는 '인기작'에 굳이 입장객수를 보태줄 이유는 없으니까. (CGV 사이트에 의하면 입장객 점유율은 13%로 '화려한 휴가'에 이어 2위인데, 예매 점유율은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게다가 입소문을 엮어 보면 심지어 시간대에 따라 CG 완성도가 다르다느니 (다 사실이었다) 하는 것까지 알 수 있을 정도이다. 'The Incredibles'처럼 듣자 마자 '삘'이 오는 작품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이 작품은 상영관에서 보고 DVD까지 샀다. 다만 예매가 필요할 정도로 인기를 모으지는 않았던 듯.) 그런데 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가.하면 광명 CGV가 집에서 걸어갈 만한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평일 24:20에 관객이 다 찰 리가 없으니 그간 신나게 퍼덕거리며 까댄 것 봐 줄만한 정의는 있는 것이다. 이왕 깔 거면 보고 까자,라고나 할까. 결론부터 말하자. 이 영화, 졸작이 맞다고 생각한다. 혹여나 CG 데모무비를 영화와 혼동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은 읽을 이유가 없다. '이무기'를 졸작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결코 빈약한 스토리가 아니다. 처음 심형래가 처음 '한국인만이 사용할 수 있는 이무기'를 들고 나왔을 때, 나는 그가 좋은 발상을 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을 'Dragon Wars' 나위가 아닌 'Imugi'라고 부르고 싶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고 잘 확립된 존재이거늘 손댄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6년을 썩혀 가며 만든 결과물이 어떤가 하면, 빈약하냐 마냐는 둘째치고 애초에 스토리 자체가 부재하다. (정확히 말하면 '플롯'이겠지) 예를 들어서 말이지, '이무기'의 주인공이 누군가? Sarah? 아, 히로인은 잘 확립되어 있으니 넘어가자 :) (한가지 아쉬운 거라면 스무살 생일 맞은 아녀자 치고는 좀 원숙해 보이는구먼) Ethan? 500년전 무사의 환생이라는 건 알겠는데, 이렇게 무기력한 녀석을 히어로라 하기는 좀 그런데. 스토리상 기여가 놀라울 정도로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부라퀴를 정확히 따지면, 영화는 80분간 부라퀴 원맨쇼를 연출한다 아트록스군단이라는 추종자가 있지만, 세상에 주군을 그렇게 뺑뺑이 굴리는 추종세력은 듣도보도 못했다.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주인공이 누군가는 그렇다 치고, Ethan-Sarah 콤비의 행동은 무엇인가? 역시 마지막에 '선한 이무기'가 등장하고 Ethan이 아트록스 보스에게 대적하는 장면이 있지만, 이들이 만난 이후 이들의 행동에는 어떤 목표를 볼 수 없다. 그 이유가 뭔가 하면, 역시나 '선한 이무기' 선생께서 후반 30분에 투입되셨기 때문이지. 알렉스경이 아스날전에서 루니-로날도를 특별한 사정 없이 후반 30분에 투입하면 전술적 실패로 단정되는 게 당연하다. 그 시점까지 이 둘은 '선한 이무기'가 '있었다'는 알고 있었지만, 목표로 삼을만큼 파악하고 있지는 않았다. 단서라고는 '큰굴로 가라' 뿐. (결국 끌려간다) 당연히 조금 많이 나오는 모브급이 되어 버릴 수밖에. 역시 짜임새가 떨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부재함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한 이무기'의 등장을 관객이 기다리게 하려던 심산인 듯하지만, 그거 효과적이지 못하지요. 대체 어떻게 소환하는지도 모르고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는데 그걸 기다리랴? 아트록스군단의 존재로 인해 '이무기'는 전형적인 괴수물의 범주를 넘어버리는데 ('반지의 제왕'에 오히려 가까울 듯), 유감스럽게도 그에 걸맞는 대항세력은 미미하다. 이런 류의 영화에서 선악의 구별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장치로 기능하는데, 정작 '선한 이무기'까지 있으면서도 선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설마하니 Sarah를 죽이려 드는 미국정부가 선으로 보일 리는 없겠지. 대부분의 블록버스터는 이런 면에서 충실하다. LA 시내 전투는 그래서 단순 난투극으로 전락하고 만다. CG 기술은 충분할 테다. 솔직히 말해, 상대적인 우열 이전에 통상적인 인간의 감각 한계는 충분히 도달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목표도 없는 데다 짧은 상영시간 중 지나치게 길게 할애한 시내 전투는 결국 비슷한 장면의 반복으로 이루어지게 되고, 있던 감흥조차 사그라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 탱크부대가 궤멸된 후 헬리콥터와 익수의 육박전을 반복한 건 지나친 악수다. 비슷하게 조선 시대의 장면 또한 필요 이상으로 길었다고 해야 한다. 기껏해야 인트로 아닌가. 반대로 초점이 LA로 넘어간 이후 시가전에 이르는 동안의 '승'에 해당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관객이 작품에 젖어들만 하면 흐름을 끊어버리는 뜬금없음에 경악하게 된다. 혹시 나중에 감독판이 나온다면 이를 확인하기 위해 DVD 렌탈비 정도는 낼 의향이 있는데, 90여분으로 편집하는 과정에서 잘못된 것인지, 혹은 애초부터 그리 구상되어 있었는지에 따라 평가는 제법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말한다. "모든 답이 관객이 의문을 갖기 전에 해명된다"고. 이리 비난을 해도 선한 이무기의 등장에서 승천까지는 잘 만들어졌다. 여기서 아리랑을 사용한 건 흠잡을 일이 아니다. 한국적인 음악이 사용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고, 아마 음악가가 고른 게 하필 아리랑이었겠지. 그보다는 조금 더 일찍 사용하는 편이 좋았겠지만. (용이 승천하는 시점에서 시작하는 게 아니라, Ethan에게 다가갈 시점부터 시작한다든가) 문제는 뭐냐면, 여기서 '심형래 쇼'가 이어지는 탓에 여기서조차 감흥이 꺾인다는 데 있다. 영화관 측에서 모처럼 스태프 롤이 끝나도록 조명을 켜지 않는 배려까지 하고 있건만 말이지. 이 정도의 일관성(?)이면 오히려 상당히 키치적으로까지 느껴지는데 어찌 하나.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보면 심형래 쇼가 나올 때 기립박수가 터졌다는데, 정작 들린 건 힘빠지는 손뼉 두어번. 아마도 비슷하게 느낀 사람이 적지는 않겠지. 영화의 가치는 상영관에 엉덩이가 몇 개 깔렸는지로 대변되는 것이 아니다. 요약하건대, 심형래는 엄청난 자원과 열정을 쏟아부어 구슬을 많이 만들었다. 그런데 구슬이 한 색으로만 치우친 데다, 감독이라는 사람이 애초에 꿰어낼 생각조차 한 적이 없는 것 같은 결과물을 내 버린 셈이다. 그리고 여의주는 '사랑해요' 하는 뜬금없는 단말마와 함께 어디론가 수장되어 버렸다. p.s. 어째서 사람들이 '12세 관람가'인 영화를 두고 온가족이 함께 보는 영화입네, 아동용입네 운운하나 봤더니, 그것도 심야상영에 웬 어린애들이 그리 많은지 모를 일이다. 열심히 보는 애들은 없더라. 조선시대 장면을 봐서는 심감독이 애초에 전연령에 맞출 생각도 없었던 모양이고. p.s.2. '이무기'는 그리 재미 없지만 이글루스에 유포되고 있는 각종 '이무기' 동인지는 무척 재미있습니다. 이오지마에 오르내리는 것만 봐도 7천원 이상의 가치. 트랙백 밸리: 영화 밸리에 떡밥을 던질 생각은 없습니다. 제 '이무기' 관련 발언은 이것으로 끝. 관련하여 포스팅 하나 소개합니다: 산왕님 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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