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말인 즉슨 '상암을 올드 트래포드로 만들겠다'는 게 그리도 거슬렸다나? 게다가 문제는 정말로 그렇게 되었다라는 거겠지. (뭐 상대가 상대인지라 관전은 커녕 중계도 무시했지만) 스코어도 스코어려니와, 순진하신 우리 축구팬들이 보러 간 것은 The Manchester United Football Club Public Limited Company이지 (...여기서 포항을 떠올린 분은 고단수) 자칭 명문구단 지에스스포츠주식회사가 아니라는 게 문제인 거다. 2003년 피스컵 PSV-나시오날 전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쉽게 이해하시리라. (여러 모로 A매치에 준한 경기였음) 사람들이 잊기 쉬운 게 한가지 있는데, 홈이란 건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다. 들리는 말로는 우라와에서는 일본 넘버원의 꼴통으로 불리는 우라와 하드코어 팬들이 항의 삼아 침묵했다는 말도 있던데 (그 경기도 중계를 보지는 못했다만) 홈이란, 특히 피치 밖의 분위기란 지리적 위치로 공짜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공방 끝에 얻어지는 것이다. 원정 서포터의 각오는 그 곳을 제 2의 홈으로 만드는 것, 혹은 최소한 저 쪽 홈으로 남겨두지 않는 것. 이건 스탠드를 채운 팬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친선전이라고? 친선전이라도 자기들 존재는 있는 대로 크게 보이는 게 분명한 지향점이다. 그럴 거 아니면 뭐하러 원정씩이나 가서 신변의 위협을 부르는 유니폼 끼고 경기가 잘 보이지도 않는 골대 뒤에 판치고 있나? 그리고 홈팬의 기본은 원정 온 무리의 그러한 각오를 무너뜨리는 것. 똑같이 그랑블루란 아해들이 가서 판을 쳐도 (특정 지역의 예를 들어 죄송스럽다만) 이를테면 부천과 성남은 질적으로 다르다. 똑같이 1천 대 50명으로 붙어도 부천은 홈에서 깨지지는 않는다. (경기장 구조가 다소간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원정을 받아들이는 팬이 가져야 할 자세는 적절한 수준의 응전이지 (예컨대 지난 챔피언스리그 유나이티드-셀틱이라면 그야말로 주고받으며 같이 노는 식이라든가) 원정팬이 나댄다고 피해자 타령하는 것이 아니다. (모 꼴통만화와는 무관) 홈이라는 지위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홈이 공짜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고 했는데, 이를테면 연고팀 지위를 참칭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튼 형식상이나마 지리적 위치가 맞는데 왜 응원이 없느냐, 여기서 심지어는 연고의식 타령까지 진화하는 논조마저 보인다. 이는 당연한 게, '지리적 위치가 연고성을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갈려나온 FC유나이티드는 경기를 맨체스터에서 제법 떨어진 버리 (Bury; 서울로 치면 대략 일산 끄트머리쯤에 위치한 지역) 에서 경기장을 빌려 하는데, 아마추어 클럽 주제에 경기장 주인인 버리FC보다 관중을 많이 모으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아직 이 두 팀이 맞붙은 적은 없다) 또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같은 대형 클럽은 해외 원정을 나갈 때 실제로 제 3지의 팬을 긁어모아 홈을 무색하게 하는 일이 적잖게 있다. (즉 해외토픽 어쩌고 하는 소리는 어불성설이라는 이야기) 가뜩이나 한국사람의 성향이 '양쪽 모두 잘해라'로 시작하는 게 보통인데, 응원할 가치가 없는 클럽이 볼 가치가 없는 (이 부분은 몇몇 관전자들에게 들은 이야기) 플레이를 하는데 홈 자리를 보전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겠냐는 것이다. 마침 de facto 홈팀(?)은 창단 130년만에 처음 한국에 오며 또 언제 다시 올지 모를 (...2년 내로는 한 번 올 듯 싶지만) 곳이므로 그 팬들은 총집결을 한 거고. 21세기 들어오기 이전부터 국민레플 어쩌고 하면서 인기가 많았던 클럽이니 솔직히 말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상암을 장악한 건 오히려 타당한 귀결이라 할 수 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팬의 마음을 사지 못한 클럽이 할 변명은 조금도 없다. 서울의 글자를 로고에 그리고 있으면 뭐하나. 그 안에 정신이 깃들어 있지 않건만. 명문장을 흉내내 그리는 정도는 원숭이도 조금 훈련시키면 한다. 그리고 그런 쪽의 '연고의식' 개념 따위를 되뇌고 있는 팬이 있다면, 가끔은 뒤로 돌아 돋보기를 들이대어 보자. 그래도 흠결이 보이지 않는다면 파워콤 할당이라도 해 주지 그러시나. 트랙백 밸리: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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