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스터디즈 Tokyo Studies
  보통 서점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았을텐데, 도서관에서 반납책을 대강 쌓아놓는 데서 발견해 빌려본 물건입니다. 이런 도시나 지역에 관한 책을 좋아하기 때문인지 금세 읽히더군요. 아직 읽다 말았지만, 그야말로 챕터별로 리뷰를 쓰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습니다.

  이 책은 일종의 동호회 게시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저자인 요시미 슌야나 와카바야시 미키오는 각각 도쿄대와 와세다대에서 사회학의 연구를 하고 있는 교수들입니다. 이들에 뭉쳐 대학교수나 강사, 사회 연구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는 20여명의 저자들이 마치 블로그에 올릴 법한 글, 에세이와 논문 사이에 어딘가의 스탠스를 취한 글을 묶어놓은 것이 '도쿄 스터디즈'입니다. 그리고 그 영역은 영화에서 신도시, 노숙자 등으로 이어집니다. 이 블로그를 드나드는 유저라면 관심을 가질 법한 아키하바라라든가 (후후) 미군같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출판사에서는 '진정한 일본 마니아들이라면 이 책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는데, 일본 마니아 여부와는 상관 없이 읽을 만합니다. 무엇보다도 한국, 그리고 서울이라는 스탠스는 사실상 도쿄를 통해 세계와 맞서고 있다는 현실이 도쿄를 서울의 맥락에서 읽게 하는 점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를테면 아키하바라의 '오타쿠화'를 따라가는 용산이라든가 (이건 저자가 만만찮게 착각한 거지만), 혹은 예전에 대만인들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도쿄와 도쿄의 문화가 버블붕괴 이후 한국에 위협받는다든가 하는 언급은 여기에서도 나옵니다.

  또한 이 책은 인사이더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보통 홈리스 하면 한국에서는 신주쿠역 지하도에 줄지어 늘어선 사과박스 '주택'들을 떠올리기 쉽고, 심지어는 양복 입은 샐러리맨도 있다더라, 하는 피상적인 인상밖에 없습니다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건 신주쿠가 아닌 히라쯔카와 아쯔기 (각각 가나가와현 쇼난 해안지대의 도시들, 한국으로 치면 평택 정도?) 입니다. 한국에서도 노숙자 문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이에 대해 체계적이기는 커녕 피상적인 조사나마 이루어진 적이 있는가 의문이 든다는 점에서 볼 때는 일본의 사례는 눈여겨볼 만합니다. 또는 실제 신도시 (이시하라 치아키씨의 경우 가와사키시 '호시가오카 파크랜드') 에 거주하면서 토박이들, 혹은 신도시 주민들끼리의 괴리를 서술하는 부분에서도 볼 수 있듯, 전문적인 연구자와 생활인의 시선 양 쪽을 겸하는 (혹은 혼동하는?) 미묘한 태도가 재미있게 읽힙니다.


  이 책에 실리는 팩트나 해석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사회학의 문외한으로 알 길이 없습니다만, 적어도 세계적 규모의 대도시에 살면서, 특히 21세기적 모더니티의 첨병격이라 할 도쿄와 서울에서 갖게 되는 의문점을 '이리 생각할 수 있구나'라는 감상을 얻는다면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리라 생각합니다. 읽다 말았지만요.


참고: 도쿄는 이상향인가? - 본 블로그

도서정보: 도쿄 스터디즈 - 요시미 슌야, 와카바야시 미키오 편저 / 오석철 옮김
일본어 원판 - Kinokuniya Co, Ltd. 2005, 한국어판 - 커뮤니케이션 북스 2006, 12,000원.
'도쿄 이야기'와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을 듯.


트랙백 밸리: 도서
by Dataman | 2007/04/06 02:02 | unread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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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세바스찬 at 2007/04/07 22:38
재미있겠네요..근데 책 제목을 보니 '도쿄 갓파더즈'가 퍼뜩 떠오릅니다. 발음이 비슷해서 그런지.
Commented by Dataman at 2007/04/10 03:19
ㅅ님/
도쿄 갓파더즈스러운 사람들이 등장할 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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