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를 규제해도 공급이 줄어들지는 않을것
  집권 후반기 부동산에 심하게 채이고 있는 노무현 행정부가 그간 시동이 걸리지 않던 원가 공개를 다시금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상한제나 여야가 경쟁적으로 -결국 비슷하지만- 입안하고 있는 소위 반값 아파트까지 걸려 적어도 2007년 전반기 정도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제어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전국민의 심정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시장이 미쳤다', 혹은 '버블 직전'으로 단언하는 진영이 있는가 하면, 한 쪽에서는 시장원리를 주장하곤 한다. 이 진영에서는 현재 정부의 분양가 억제 시도를 반시장적인 것으로 규정하며 (이건 반론의 여지가 없겠으나) 인위적인 시장 조작은 공급 감소를 불러와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불러올 것이라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서 시장원리야 그렇다 치고, 집값이 조금 싸진다고 공급이 줄어들까 하는 의문이 들게 된다. 한번 뒤져 볼까 한다.


  소위 시장 원리란 간단하다. 시장의 가격이 오르면 이익이 늘어나므로 공급이 늘고, 반대로 가격이 내리면 수요가 늘어 균형을 잡는다는 것이다. 나온지 수백년이 된 모형은 지구촌의 시장이란 시장에는 대부분 그대로 적용된다. 문제는 대공황으로 상징되는 시장의 실패, 또 시장의 실패를 예로 들 수 있는, 시장의 모형이 곧잘 들어맞지 않는 경우이다. 예컨대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주식은 배당성향이나 EPR만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주가의 차이가 난다. 이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LG와 달리 쭉쭉 치고 올라갈 것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의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비싸서 더 잘 팔리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네거티브한 경우로 이 때 시장의 균형은 잘 이루어지기 어렵다. 문제는 근래 주택이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주택은 내구재이면서 동시에 환금 가능한 재산이라는 이중성을 갖는다. 주식은 백년을 묵여도 회사가 유지되는 한 그 가치를 유지하지만, 주택, 특히 공동주택 (⊃아파트) 은 내구연한이란 게 있으므로 매해 가치가 떨어져야 한다.. 그런데 주택은 자동차나 컴퓨터와 달리 오히려 묵을 수록 값이 오르기도 한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곧 두들겨 부숴야 하는 주택이 가장 비싸다) 게다가 주택은 다른 재화와 달리 토지라는 제한된 자원 위에 직접 올라서 있으므로 몇 층을 올리든 간에 일단 그 공급의 한계가 뻔하다. 애덤 스미스라도 토지를 재화로 분류하지는 않는다.

  주택의 가격, 특히 분양가가 적절한가, 그 중에서도 관심을 끄는 주택 건설업의 적정 마진이 어느 정도이냐 하는 문제는 시장 전체의 마진을 먼저 고찰해 봐야 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가 DRAM에서 40% 가까운 마진을 남겨먹는 게 정당화되는 이유는 이것이 DRAM이라는 철저히 규격화된 시장에서 삼성이 월등한 원가 경쟁력으로 마진을 챙기기 때문이다. 자칭 초일류 삼성이라고 해도 고급화 어쩌고 해가며 똑같은 DRAM 값을 비싸게 매기는 식의 경영은 하지 않으며, DRAM 업계에는 적자를 내는 곳도 있다. 하이닉스만 해도 그 마진율이 삼성에 비해 현저히 낮다. (지난해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18% 정도) 보통 잊기 쉽지만 한국의 IMF 구제금융 돌입의 최대 단초는 1996년 DRAM 가격 붕괴로 인한 역대 최대의 국제수지 적자이다. 그 해 DRAM 값은 95년 (이 때 삼성-LG-현대 3사를 합쳐 순익이 5조원을 넘었다) 에 비해 1/3 수준으로 추락하여 한국이 GDP의 5%에 가까운 국제수지 적자를 내는 데 주역이 된다. 1995년의 반도체 호황을 두고 본다면, 적정 이상의 마진은 업종을 불문하고 버블에 해당할 수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해 건설업계의 실적을 두고 보자. 사실 건설업이 극호황에 이르러 있음은 누구나 다 안다. 웬만한 대형 건설사의 대졸 신입사원 초봉은 삼성전자 정규직 평균을 능가하는 3500~400만원대로 알려져 있다. (근래까지 회생절차에 있던 대우건설의 남성직원 정규직 평균은 4100만원) 사실 우리나라 주택시장의 원가는 흐릿하게나마 공개가 되고 있는데, 금융감독원 (http://dart.fss.or.kr) 에 공시되는 각 건설업체의 회계정보를 보면 정확성은 의문시되지만 상당한 정보를 포집할 수 있다. 조금 거시적으로 다음의 수치를 인용해 보자.

대우건설 (대한건설협회 시공능력순위 1위) - 2006년 3분기보고서
전체 매출 (2006/1~9월) 41,980억원, 매출이익 6,958억원, 영업이익 5,029억원, 세전순익 5,415억원
주택부문 매출 21,600억원, 영업이익 4,008억원

  위에서 매출이익이란 단순히 매출 빼기 원가로, 관리비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영업이익과는 다른 개념이다. (말하자면 인부 일당은 차감하고 관리소장 월급은 빼지 않은 액수) 그렇다 하더라도 아파트가 중심인 주택부문의 마진율은 20%에 근접하며, 회사의 50% 정도를 차지하는 주택부문이 이익의 80%를 내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른 대형업체를 보자.

쌍용건설 (13위) - 2006년 3분기보고서
전체매출 (2006/1~9월) 9,576억원, 매출이익 1,232억원, 세전순익 542억원
국내부문 매출 9,348억원, 매출이익 1,224억원

  대우와 달리 부문별로 나와 있지는 않으나, 전체적인 이익률이 대우와 비슷한 점에서 볼 때는 각 부문의 이익률도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업체는 대형업체로, 물론 여러 면에서 높은 이익률을 향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의 다른 부분, 소위 중견업계나 소형건설사는 어떨까?

임광토건 (51위) - 2006년 상반기보고서
전체매출 (2006/1~6월) 1,393억원, 매출이익 189억원, 세전순익 92억원
공사매출 1,231억원, 매출이익 91억원

  그럭저럭 이름 있는 중견 건설업체로 골프장 같은 업태도 겸하고 있다. 이 중 건설업만 따지고 보면 매출마진이 8% 정도로 대우나 쌍용의 13%선에 비해서는 다소 낮으나 곤란한 정도는 아니다. 아예 2군업체 (200위권 조금 넘는) 를 본다면,

남해종합건설 (2군) - 2005년 사업보고서
전체매출 311억원, 매출이익 53억원, 세전순익 29억원
공사매출 309억원, 매출이익 52억원

  자기 이름으로 수도권에서 아파트 사업을 할 수 있는 최저한에 가까운 업체라 할 수 있는데, 아파트에 주력하는 탓인지 매출마진은 17%로 오히려 중견 토건업체보다 높게 나타난다. 사실 정부발주를 위시한 토목공사는 각 업체의 자료에서 보듯 마진이 거의 0에 가까운데 (이는 일단 저가에 수주한 다음 부풀어진 공사비를 사후 정산하는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빼고 나면 각 업체의 이익률은 더 높아지며, 그 중의 꽃은 역시 아파트인 것이다. 건설업이 얼마나 짭짤하면 말이지요, 삼성중공업의 경우 조선부문 (이 역시 사상 최고조의 호황상태) 의 이익률이 1.5%인 데 비해 건설부문은 8%이다. 조선업이 아무리 돈 들어오는 시기가 제멋대로라고 해도 건설부문을 못 따라간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편 건설업계에서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서로 수익을 차지한다는 식으로 자기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누워서 침뱉기 수준의 항변을 하고 있는데, 시행과 시공을 함께 하는 업체의 자료를 보면 재미있다. 중견업체 치고는 광고를 열심히 해서 지명도가 높은 이 업체의 자료가 어떤가 하면,

(주) 현진 (43위) - 2005년 사업보고서
전체매출 4,700억원, 매출이익 1,396억원, 세전순익 970억원
공사매출 2,301억원, 매출이익 605억원
분양매출 2,399억원, 매출이익 791억원

  어디서 그런 광고 낼 돈이 나오나 했더니, 이 회사의 이익률은 가히 마이크로소프트를 뺨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사와 분양의 매출이 어떻게 분리되는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한 건, 이 둘이 나눠먹고도 한참 남을 돈이 현재의 아파트 시장에 굴러다닌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업계 전반의 초과이익이 시장의 특성 탓일 수는 있다. 특히 건설업은 토지의 공급 문제로 인해 상당한 진입장벽이 존재하므로 초과 수요에 대한 대응이 어려울 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초과 수요 자체가 조작된 것이라면 어찌 할 것인가?

  2003년 기사를 찾아봤다. 현재도 최고가 아파트 (법적으로는 오피스텔이다만) 의 대열에 올라 있는 도곡동 타워팰리스 29평형은 2002년 2억 5천만원이라는 헐값(!)에 분양되었다. (지금은 9억원 정도인 듯) 남양주 평내-호평에서 금호건설은 전년보다 다소 낮추어 평당 400만원 언저리에서 분양을 했고 포스코가 해운대의 오피스텔을 평균 평당 910만원에 분양한 게 파문을 일으켰다. 한편 이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 아파트나 주상복합에 비해 전용면적 비율이 떨어지는 지방 오피스텔의 평당 분양가가 900만원을 넘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며 “매립지인 경우를 감안하더라도 분양가가 높게 책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일변했다. 사실 2003년도 부동산 버블 시비가 있던 도중인데 (DJ 행정부가 물려준 양 버블), 이것이 무색하게도 부동산은 전국 어디를 불문하고 (단 아파트 한정) 급등했다. 예를 들어 위의 평내-호평과 비슷한 여건에 있는 김포신도시는 중소형이 평당 800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이 쪽은 사업자가 경전철 건설까지 하므로 납득할 수 있다) 판교는 말할 것도 없다. 4년간 국내 인플레이션은 15% 남짓, 인구가 급증한 것도 아니다. 과연 이것이 시장의 원리인가? 유감스럽게도 주택은 DRAM이나 증권과 달라서 분배가 왜곡되면 사회가 어지러워지기 십상이다. 게다가 시장의 원리 치고는 이상한 게, 가격 앙등은 어디까지나 아파트와 일부 빌딩에 한한다. 예컨대 내 지도 교수는 방배동의 연립주택에 사시는데, 상당히 넓고 좋은 집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싸다. 찾아보면 강남구에 60평짜리 빌라를 5억 이하에 사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한 모양이다. 맨해턴이야 할렘의 특성이 있어서 길 하나 건너면 땅값이 격차가 진다고 하지, 서울에는 그만한 간극은 존재하지 않지 않는가. 즉 생필품의 성격까지 갖고 있는 주택이 투자 목적이 앞서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이다. 가능하면 살살 터뜨리고 싶지만, 경착륙이 불가피하다면 오히려 빨리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한다.


  다시 본제로 돌아간다면, 현재의 주택시장은 거의 모든 업체가 별 경영상의 어려움 없이 두터운 이윤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건설업의 다른 분야를 두고 보아도, 아파트 부문의 독보적인 이익률은 오히려 건설업계의 왜곡을 불러일으키지 않나 하는 우려가 들 정도이다. 이 정도라면 마진 좀 깎아도 건설업체는 움직일 것 같지 않은가? 자본의 목적은 최대 이윤인데, 환경이 바뀌었다면 그에 맞춰 이윤을 추구하게 마련, 그래도 아파트의 이익률이 높으니 아파트에 투입되는 자본은 그다지 줄어들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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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taman | 2007/01/16 02:39 | unspeak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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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안모군 at 2007/01/16 09:24
주식시장에서 아파트만 디립다 파는 건설업체는 Risky 한 걸로 평가받죠. 누가 분석하기로는, 아파트의 경우 분양 단계에서 상당한 리스크를 짊어지기 때문에 분양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타격을 받고, 특히 아파트 부문에 집중하던 회사라면 말 그대로 골로 가는 수가 있다고 하죠.

조선업의 경우야 워낙 국제경쟁이 심해서 저가수주가 빈발하니 수익률이 2% 이하로 내려가는 상황이지만, 일단 조선업종이나 건설업종은 원래가 고위험 업종에 가까워서(경기에 민감하죠) 보통 먹을 땐 많이 먹고, 못먹을 땐 쪽박이라는 경향이 크죠. 노동 시장을 지지하는 양대 축(건설업만 해도 제조업의 2/3정도 됩니다. 제조건설업 비중이 노동시장의 30%쯤) 인 고로, 어느정도 수준까지는 국가가 개입할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있죠.

그렇다 하더라도, 아파트는 역시 문제는 문제죠. 이쪽에 대해서 건설업체들이 상당히 리스크가 있다는 걸 알아도 일단 수익률이나 회전률이 양호한 만큼 할 게 없다면 덤벼들 수 밖에 없고, 이걸 섯부르게 풀어 놓았으니 말 그대로 악성종양이 된거죠. 잘못 잡으면 수익성 충격 효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긴 한데, 이런거 걱정 안하고 일을 치룰 수 있다면야 세상에 구조조정은 없겠죠.-_-
Commented by 파란거북 at 2007/01/16 09:58
우방이니 청구니 하는 업체가 안망하고 지금까지 버텼으면 지금쯤 대구FC에 돈 좀 뿌려줬을지도 모르겠군요-_-; 그쪽 사람들은 지금 상황을 보면 얼마나 허망할런지.... (대구도 아파트만 뛰고 있다는 소식이-_-;;;;;)
Commented by Dataman at 2007/01/16 17:14
ㅇ님/
그러니까 사과를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건데, 근래 시황이 그러기에는 너무 아파트 쪽에 매력적인 게 사실이기도 하죠. 대형사들이 안 남는 것 알면서도 토목을 남기고 있는 것, 그리고 아파트보다는 조금 마진이 박하지만 다른 건축부문 (말하자면 빌딩) 이 있는 것도 그 이유일 겁니다. 그래도 이쪽도 많이 남는 듯.

ㅍ님/
두산위브,라든가.
Commented by Dataman at 2007/01/17 21:58
조선 부문에 대해 추가적으로 조사해 봤습니다만, 아무래도 근래의 저수익성은 저가수주보다는 작업과 인도의 시차 때문이 아닌가 싶은 생각입니다. 2003년까지 조선업계는 10~20%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해 오다가 지금은 2%라고 하는데, 정작 호황이라고 퉁퉁거리는 건 지금이 더하거든요.

선박을 수주했다면 한 2년쯤 작업순번을 기다리다가 수십일간 퉁탕퉁탕 만든 후 테스트하고 진수, 인도하게 될텐데, 이 과정에서 선금, 중도금, 인도금이 있을 겁니다. 이 중 작업중에는 돈은 다 들어가는데 중도금은 그만큼 많이 들어오지 않으니까 기업 장부상의 이익은 좀 적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게 아닐까 싶네요. 덧붙여 삼성중공업은 건설 쪽에서는 상대적으로 마이너하기 때문에 다른 대형건설사만큼의 이익은 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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