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7.15. To Tokyo #2
눅눅한 일본여행기
2005.7.15. To Tokyo #1

  근 네달여만에 이전 여행기에 이어 씁니다. 마침 리퀘스트도 있었고 해서 말이죠. 7월 15일, 우에노역을 나선 것부터 시작합니다.

  최초 포스팅시에도 쓴 이야기지만, 이번 여행에서 큰 축을 차지한 축구 관람기는 플라마 및 FC안양시티즌에서 연재하였고, 지금 블로그에서는 축구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 하고 있으므로 뺐습니다. 이 쪽은 링크를 참고하시길.



  아사쿠사는 에도 거리의 분위기가 그나마 박제라도 남아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또한 도쿄 지하철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최초 개통된 곳이 긴자도 니혼바시도 아닌 바로 아사쿠사라는 점에서 과거 이 지역의 번화상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한여름 땡볕에, 별 생각 없이 아사쿠사까지 걷는 길을 선택했다는 데 있다. 하기야 두어 정거장에 불과한 거리를 비싼 요금 내고 타자니 억울한 감이 없지 않겠으나, 끔찍스레 더운 날씨와 묵직한 (S 한정) 짐이 보행의 고통을 더하게 된다. 하지만 그 고통을 참을 수 있다면, 우에노 거리는 꽤 재미있는 거리이다. 예컨대 우에노에서 동쪽으로 아사쿠사, 더 나아가 아사히비어 홀 (우스꽝스러운 불꽃 모양인지 맥주거품 모양인지 하는 지붕이 씌워진 것으로 유명) 에 가는 길을 따라가면 도로 양옆으로 불단 전문 상가가 이어져 있고, 또 딱 중간 즈음에 남북으로 이어진 길은 식당의 메뉴 모형을 전문으로 만드는 거리이다. 우리 나라로 치면 세운상가에서 동대문에 이르는 그런 거리라고나 할까.

  아사쿠사의 '나카미세' 지역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도쿄 지역에서 가장 유서깊은 축에 속하는 '아사쿠사 간논지', 통칭 '센소지'를 따라 상점가가 들어섰고, 다시 이것이 중심지로 확대되는 단초가 된 것이다. 도쿄가 아닌 에도는 이른바 '시타마치'라는 상인들의 거리가 핵심이었다고 할텐데, 그 중심의 하나가 아사쿠사인 셈이다.

  다만 그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나 읊을 이야기이고, 이미 들른 바 있어 크게 관심이 없는 나와, 절에는 관심이 없고 유카타 소녀 찾기가 제1과제(!)였던 S는 사뭇 다른 패턴이 아니라 할 수 없었다. 실제로 한번 마주치기는 했다만.

  99년 처음 일본을 찾을 때 들른 적이 있는데, 그때에 비해 달라진 점이라면 물건 구색 중에 한류 스타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드라마 시청률도 낮고 음반이 많이 팔리는 것도 아니지만 일단 이런 류의 상품은 많이 팔린다는 게 그 위치를 짐작케 한다. 또 한가지, 계절적인 차이인지는 몰라도 조금 더 활기차게 보이는 것도 99년에 미처 느끼지 못한 것 중 하나이다. 사실 한국에 살다 보면 5년씩이나 주변 풍경이 변하지 않고 남아있는 곳을 거의 찾을 수 없기에, (혹자는 다이내믹해서 좋다고 하지만) 이런 곳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다.

  유카타 소녀 난파(?)는 접어두고, 집에 묵기로 한 지인 W를 만나기 전에 신주쿠를 찾았다. (물론 지난번에 들른 곳이다) 이미 저녁 시간이 되었기에 우선 저가 여행자의 친구 요시노야에서 돼지고기 덮밥으로 한끼. 이 역시 지난번에 들렀을 때와 달라진 점은 광우병 문제 탓인지 돼지고기 메뉴가 많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요시노야식 자체가 별로 맛있는 식사거리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돼지고기 메뉴는 더욱 맛이 없다) 미국 쇠고기의 수입이 끊어지면서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쇠고기 값이 상당히 올랐고, 돼지고기로 바꾸면서 값은 이전 쇠고기 메뉴와 같다. 제로인플레라는 일본에서는 꽤나 이례적인 일일 법하다만 유감스럽게도 그걸 가릴 틈은 별로 없었을 듯.


  신주쿠 최초의 목적지는 -어쩌면 당연하게도- 공짜로, 가장 늦은 시간까지 전망대를 열어두고 있는 도쿄도청사이다. 사실 이시하라 꼴통의 본거지라는 것에 덧붙여 단게 겐조 특유의 권위주의적인 색채가 풍기는, 그렇게 아름답다고 하기는 어려운 건물이긴 하지만, 밤에는 그런 것조차 아름답게 보일 수 있으니 우스운 일이다. 다만, 도쿄도가 요새 돈이 없는 건지 가장 인기좋은 신주쿠 신도심쪽은 고급 카페가 진을 치고 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 외에 전에는 없던 짐검사를 하는 것도 특이점이라면 특이점이겠다. S나 나나 여행가방을 그대로 들고 있는 탓에 아마 경찰관도 '대략 난감했을' 법 싶다.
워낙 흔한 사진이긴 하지만...

  신주쿠를 대략 돌아본 다음 지를 것 지른 다음 신주쿠역 남쪽 입구에서 W를 기다렸다. 마침 나가기 전에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놓았기에 연락은 취할 수 있었으나, IT업종 비정규직의 비애랄까, 갑작스레 일이 늦어진단다. 그런 탓에 기다리는 시간이 한없이 늘어나게 되었다. 결국 W와 만날 수 있었던 시각은 새벽 1시를 훌쩍 넘어서였고, 사이타마현 땅에 사는 그의 집을 찾기 위해 우리는 막차만 두 번을 갈아타야 했다. 재미있는 것은 신주쿠 -(야마노테선)- 이케부쿠로 -(사이쿄선)- 아카바네인데, 게이힌도호쿠선 차로 갈아타려 내린 아카바네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신도림역 짝이었다는 것이다. 일본에 있다 보면 한국과 너무나 닮은 점과 의외로 다른 점이 마구 뒤섞여 있어, 심지어는 사실의 인삭 자체에 혼란이 오기도 한다. 그런 경우일지도 모를 일이다.


  사이타마현 가와구치의 W의 집에는 정말 늦은 시간에 닿게 되었다. TV도 정말 싸구려 프로밖에 하지 않을 시간대이고, 전철역에서 거리도 꽤나 되었다. (실제 다음날 혼자 들어갈 때는 한번 왕창 헤매기도) 그런 위치임에도 역시나 일본이라고 집세는 상상초월. (그러나 누가 봐도 '~~홈 대량생산' 타입인 깡통집이었다. 깨끗했지만.) 요새 국내 오피스텔 류에서도 자주 보이는 2층 쪽방이 있는 타입의 방이었다. 우리 식대로 표현하면 7~8평 정도 될텐데, 이 정도면 실제 한 가족이 살기도 한다는 W의 말이었다. 믿거나 말거나. (일본의 경우 독신자가 많고 신혼부부 정도면 산다고 쳐도, 애가 생기면 절대 안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다른 '선진국'들의 집세는 일본에 비하더라도 의외로 만만치 않다. 다른 점이라면 역시 독신자용과 가족용의 차이일 거라고 생각한다.)

(2편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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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taman | 2006/01/03 23:12 | unwander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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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rdai at 2006/01/05 23:55
7-8평이라 넓게 사네..거기에 로프트라니..;; 내방이 5평이 안될터..(일본식 표현으로 18평방미터인데..) 이 그리 넓지 않은 방이지만 내 윗집은 한 부부가 3살짜리 애 데리고 살고는 있지. 아는 사람 말을 들어보니 아이가 3-4살이 될정도까지는 6-7조 수준의 원룸에서 살면서 돈을 모으고 그 다음에 대출 받아서 집사서 가거니 좀더 넓게 이사가는 경우도 꽤 많더군.
Commented by Dataman at 2006/01/06 00:58
crdai님/ 우리나라 표현대로 '공용면적 포함'인 거라서요. 예전에 이모가 12평짜리 아파트에 산 적이 있어 그것에 비교해서 한 이야깁니다. 일본은 아마 임대주택은 전용만 표시하지 않나? 형 집하고 그렇게 다르진 않겠네요. 사진 올려놓을테니 비교하시길.
Commented by crdai at 2006/01/06 01:10
사진이 없잖아.(버럭!) 일본도 때때로 공용면적까지 포함해서 쓰는 경우도 있지. 내가 지금 사는 집 전이 그랬었음. 공용면적 포함해서 6조...실질적으로 4조반이라는 방에 유니트배쓰가 들어있는 극악의 방이었지. 뭐 방세는 3만6천엔으로 쌌지만..^_^;;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요시노야보다는 마쯔야쪽이라. 10엔 비싸도 10엔에 미소시루가 나오니 그만큼 득본 느낌..요시노야가 더 맛이 있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둘다 거기서 거기라..마쯔야를 가게되니 요시노야를 안가게 되더군. 일본에 와서 요시노야에 간건 아마 다섯손가락에 꼽을게다. 쿨럭;;
Commented by Dataman at 2006/01/06 02:10
crdai님/ 올려놓는 게 늦어지는지라. 올라오면 그때 보도록 해요.

그리고 요시노야와 마쯔야는 별로 가리지 않는 편.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는 생각이라... 하기야 메뉴 구색은 마쯔야 쪽이 좀더 다양한 편이던 듯도 싶긴 한데요.
Commented by nibs17 at 2006/01/10 15:25
음. 확실히 요시노야보다는 마쯔야를 선호했었습니다. 일단은 규동 말고도 싼값에 카레도 먹을 수 있었으니; 규동은 몇번 먹으니 금방 질려버려서요. 거기에 양식이 가끔 땡긴다 싶으면 S-카스토에서 390엔 짜리 햄버거 정식을 애용했었는데 그 가격에 상당히 푸짐했죠. 그래봐야 주식은 근처 100엔'대' 마트의 299엔짜리 카츠동 도시락이었지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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